Turandot

opera 2009/10/18 23:44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이탈리아 산 카를로 극장 초청공연이라고 크게 이름을 달았지만
내가 본 공연은 두 주역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이 우리나라 성악가였다. 김세아/이정원.

일기에 적어두진 않았지만 10월초에 마술피리를 봤었는데 무대며 연기가 매끄럽지 못해 약간 아쉬웠었다. 오늘도 그 때와 비슷한 자리에서 오페라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음반은 메타가 지휘하고 Sutherland와 Pavarotti가 노래한 판인데 (1972년 녹음) 젊은 시절 파바로티의 아름다운 음색으로 전해져오는 '아무도 잠들지 않고 Nessun dorma' (흔히 공주는 잠못이루고, 로 알려져있는...) 는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이 멋진 오페라를 느끼기에 음악만으로는 역시 부족한 면이 있다.

직접 공연을 본 소감은.
핑,팡,퐁 세 대신이 정말 극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유쾌하고 음흉하고 귀여운 조역들이 있는 오페라는 처음이다. 뱅글뱅글 돌면서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거나 칼라프를 놀리거나 유혹하는 모습은 . 도.레.미 키순서의 세 이탈리아 가수들은 정말 멋지게 세 대신의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커튼콜에서도 젤 인기가 많았다.

예당은 무대가 상대적을 좁은편이기 때문에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simple하고도 상직적이었던 맥베스 무대가 제일 좋았다. 이번엔 고전적인 무대 design이었지만 무용팀과 합창단을 적절히 배치한 것이 무대 자체의 design을 더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 여기까지가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입니다..." 라는 자막이 나올 때와 그 직전 티무르가 류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둘다 조역들이지만 베이스의 저음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부분은 정말 멋졌다.

또 좋은 부분은 수수께끼 장면.

물론 두 소프라노, 테너가 이끄는 주연부도 멋지지만 소소한 부분을 더 잘 살린 공연이었다.

푸치니가 작곡하지 않은 뒷부분은 확실히 전개가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만큼 급격하다. 기대 했던 결말이지만 훨씬 짧고 간결하게 끝나버리는..

난 베르디가 좋다. 베르디는 합창이 아름답다. 푸치니의 합창은 효과음 느낌 정도?
정말 가슴 뭉클해지는 합창이나 중창이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두드러 지는 것 같다.

간만에 오페라보고 초딩스러운 감상문 남김. 푸훗.

어제 당직은 힘들었지만 오늘은 밤늦게 까지 일도하고 낮에 수영도하고 사진전도 가고 공연도 봤다. 내일은 카운터 없는 월요일. 5일만 잘 버텨봐야지.
2009/10/18 23:44 2009/10/18 23:44

기도

diary 2009/10/18 04:14
오늘 정말 휴가 끝, 첫 당직 시작을 제대로 했다.
끊임없는 콜은 괜찮다.

하지만 다 열나고 다 혈압 떨어지고 다 배아프면 안된다.

111 환자들이 다 열이나서 다 P+T 를 시작해주었다. 쉬운 일이다.
114 ESD한 환자가 피를 1L 나 토해서 EGD arrange 해주었다. 더 토하진 않더라.
겨우 겨우 끝내고 내 신환 오더를 쭉 넣고. 그와중에 112에 iCa이 2가 넘는 환자가 ...
한시가 넘어서 당직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있었더니
계속 노티오던 DNR 환자의 아들이 나를 찾았다.
씻고 있다고 가겠다고 했더니 또 111에서.
PCD로 피가 넘쳐나온다고. 내가 주치의였던 환자였다. SBP가 50이라고.

물뚝뚝흘리면서 달려갔다.
오늘 그 환자 call 은 처음이었다.
많은 고비를 겪은 환자고 또 너무 아파하고 있었다. 엄마는 울고.
놀래서 영상의학과 contact했더니 짜증부터 내더라. 닥치고 들으라고 설명했더니
"PCD 꽂아달란 얘긴줄 알았어요... angio팀 call할께요..."
angio 가기 전에 CT를 따라갔다.
CT 찍는 와중에 환자 엄마가 내손을 꼭 잡으면서 옛날 이야기를 했다.
이서영 선생님이 췌장염 걸렸을 때 너무 잘 봐줘서 우리 아이가 살았다고.
이름도 세자 똑똑히 기억하고 있더라. 포항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데 아빠는 그래서
못온다고... 선생님 경주 산다 하셨죠... 왜 우리 아이만 , 하필 우리 아이만 온갖 고생을 다하냐고 엉엉 울었다. embolization 잘 될지 어쩔지 확신은 없었지만 잘 될꺼라고 병실 무사히 갈꺼라고 수없이 말해줬다.

angio 방에서 BP가 안잡혀서 손으로 RBC를 짜고 혼자 N/S 연결 다시 하고 피도 바꿔달고 dopa setting 해서 갖고온거 달고,오더넣고 랩나가고 난리 쇼를 했다.

그와중에 111에 누구는 배아프고 열나서 CT를 찍었더니 typhylitis? acute appe?? 인것 같은 CT 소견이래고 누구는 VT이 뜨더니 죽어버렸다. 배아픈환자 CT 판독 물어보려고 영상 당직한테 전화했더니 " 선생님.. 왜자꾸 오밤중에 ... 아휴..." 누구는 오밤중에... 전화를 하고 싶어서... 하겠니 -_-

수많은 주치의들이, 1년차 부터 3년차까지 그 환자를 본 수많은 주치의들이 있다. 내가 그 환자를 보내는 의사가 되고 싶진 않았다. 2월에 인턴일 때 CPR이 나서 피를 짜던 그 때는 정말 아무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주치의를 하면서, 여러밤 당직을 서면서 누구를 내가. 살렸다고 생각이 들던 때는 몇번 없지만 오늘이 그 날인 것 같다. 더 슬픈건 enzyme 에 녹아내린 splenic artery는 며칠내로 또 터질꺼고 그럼 또 embolization을 해야할꺼고 그와중에 chemo땜에 nadir 인 환자는 열이 나기 시작하겠지. ALL은 결국 다 낫지 않겠지. 언젠가 누군가가 주치의일 때 expire하게 될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암환자이다.
오늘 contact받은 중환은 하나도 빠짐없이. 114마져도. 다 암환자이다.
내가 HMO를 가고 싶다고 얘기했던가.
후후...

그 환자의 방에는 걔보다, 걔 만큼 오래 같이 있던 환자들이 있고
그들의 보호자들이 내환자 배를 눌러줬다. 피도 닦아주고 힘내라고 정신차리라 해주고.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다른 환자들도 있었다. 6인실이니까.

DNR 로 돌아가신 환자분이 expire하기 직전 그 앞 환자 보호자가 와서 말했다.
다른방으로 빼면 안되냐고. 잠을 못잔다고.

병원엔 사람이 있고 의사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는 걸
나는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2009/10/18 04:14 2009/10/18 04:14

여행

diary 2009/10/17 14:00
휴가 다녀왔다.
일주일간. 이스탄불을 거쳐 바르셀로나로.

 사실 일요일은 출근해도 딱 두시간정도 병원에 있다가 갈 때도 있었으니까 휴일이라면 휴일이겠지만, 원칙적으로 따지면 내과 주치의는 하루라도 병원에 나오지 않는 날은 없으니까. 일주일이나 병원에 안나가고, 가운을 안입고, 환자를 안보고, 병동 전화를 안받는 건 정말 1년에 길어야 딱 일주일 밖에 없는 셈이다.

 많이 보고, 쉬고, 잘 다녀왔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
휴가 전보다 좀더 나은 일상들로 남은 1년차 몇개월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

사진은 언제 맡기러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9/10/17 14:00 2009/10/17 14:00

그리고 사진

photo 2009/10/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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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크게 봐야 제맛.
마치 세밀화처럼 뻗어나가던 가지, 잎. @서울시립미술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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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병동 돌 때, 놀러온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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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 날. 조깅갔다가 오면서.. @원남동 사거리 혼자 푹푹 뿜어대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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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매번 표지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 들고 나간 아침 조깅길에서 찰칵.
요새 자주 다니는 길. 공기도 좋고 동네도 조용하고 높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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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지만.
아무튼 이길을 우연히 처음 발견했을 때 사진 중앙에 보이는 건물 옥상 아래쪽에 흰 의자 두개와 탁자 ... 두사람이 해진 저녁 풍경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나중에 갑갑한 아파트 말고 저런 곳에 살면 좋을 것 같다. 너무 다락방 같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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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교회 옆. 마치 폐가처럼. 너덜너덜
왜 이 건물만보면 티비다보의 페넬로페 알다야 집이 생각나는 걸까.
별 연관성도 없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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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아침마다 스타벅스. 후훗.
상문이의 크림치즈 바르기 솜씨는 하나도 녹슬지 않았다.
삭삭 쓱삭쓱삭.

2009/10/06 20:12 2009/10/06 20:12

또 사진

photo 2009/10/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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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이랑 서울대공원 갔을 때. 곰돌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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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양이 엄청 보고싶어 했던 코끼리. 코끼리는 실제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멀리 있었다. 난 사실 완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아기 코끼리 점보처럼 조금 예쁠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다. 그래도 코끼리는 꽤 인기 동물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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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들이라니... 정말 시골에 다니는 황소에 가짜 뿔 붙여 놓은 것 같이 생긴 아이들.
정말 한가롭게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가 원래 자신들이 살던 아프리카가 아님을 알고 있을까..좁디 좁은 우리라는걸 알고 있을까.
처음에는 둘러싼 벽에 적잖이 당황했을테지만 평생을 보낸다면 글쎄... 원래 어디에 살던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안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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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기린. 길고 긴 기린. 너무 길어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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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열고 있는 코끼리와 기린. 기린?? 칫솔 끼워두는 것인데 귀엽다. 우리집 욕실 거울에 주렁주렁 붙어있다. 당직실 생활 필수품. 괜히 깔끔떠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 칫솔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칫솔을 볼 때마다 쫌... 그랬는데 얘네가 해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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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있는 어떤 jazz bar. 안쪽은 무한히 따뜻하고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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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늦게 마친 상문이랑 저녁먹으러 갈데가 없어서 맥도날드에 갔었다.
보라매에서 가장 편한 65병동에서 즐거운 1년차 생활을 보낼 시절. 이때도 어이없이 감자 줏어먹다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뭐가 그렇게 외롭고 서러워서 상문이만 보면 글썽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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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일까...보라매 공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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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우리집 앞. 예쁜 4월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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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이 너무나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어느새 1년차도 반을 넘어섰다.
벌써 아침엔 겨울냄새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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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클림트 전을 보러 예술의 전당 있는 동네에 갔다가 골목길로 나오면서 돌아본 하늘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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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있던 꽃집. 어떤 혼을 등뒤에 맨 아저씨가 케익을 들고 들어오더니 꽃을 사갔다. 아마도 가족의 생일쯤 되나보다 생각했다. 꽃다발의 장미만 보다가 이렇게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장미를 보니 너가 진짜야? 진짜 장미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진짜/가짜로 구분할 일은 아니지만. 살아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 당연한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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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귀가가 불규칙한 나같은 사람이 키우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된다.
지금은 선인장 두개를 키우고 있지만 나중에 매일 매일 집에 들어갈 처지가 되면 지금 우리 엄마처럼 베란다에 이것 저것 키워보고 싶다. 엄마는 이 글을 읽으면 비웃으시겠지...니가 잘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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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실제로 십이지권과 청옥을 키우고 있다. 청옥은 제멋대로 뻗어나가면서 정말 살아있는 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움직이고 십이지권은 멋이는 이름처럼 가만히 키만 큰다. 오늘 집에 왔더니 청옥이 너무 말라있어서 듬뿍 물을 줬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물주는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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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순서와 맞지않게 갑자기 봄사진. 지난 봄 벚꽃은 참 눈부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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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아직도 옷이 젖도록 분수로 뛰어드는 아이들도 있고. 나처럼 멀찍이서 바라보는 어른들도 있고. 사실 필름카메라로 찍으면서 ... 어떻게 나올려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멋지다. 내가 바르셀로나 동반자로 sm의 No.5 minolta를 결정하게 된 큰 이유가 된 사진. 푸훕. 게다가 날짜가 나오는게 핵심입니다.


2009/10/06 20:07 2009/10/06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