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났다.
며칠전에 HMO 4년차 선생님들과 저녁식사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2차에 와인을 마시러 갔더니 김동완 교수님께서 오셨다.
오들오들떨면서 면접을 보고와서는 정신없이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면접때 인상적이었다고, 대답 잘했으니 붙을꺼라고 말씀해주셨었는데 클클. ㅋㅋ
앗. 내 자랑이군.
암튼 그날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 난 남에 결혼식 가는거 좋아해.
가서 이렇게 주례를 듣고 있으면 꼭 지금 나한테 필요한 말을
해주시거든. 너희들이 들으면 그저 그런 똑같은 말들이겠지만
살면서 그런 것들이 참 지키기 힘들고, 중요한 것들이더라고"
가볍게 하신 말씀이었지만 꽤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건 남들과 있을 때
"이건 내 와이프가 좋아하던 거야" 혹은
"이건 와이프랑 예전에 연애할 때 ~~" 라는 말을 하는 남편을 갖고 싶다.
6월에 분당 102병동 주치의를 할 때 내 애환중에 우리 미숙씨가 있었는데
숨이 너무 차서 안타까운 환자였다. 손도 잡아주고 쪼그리고 옆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내가 본원으로 간다니 참 아쉬워 해주었었다.
이따금씩 생각이 나서 병문안이라도 가볼까했지만
내가 너무 감정에 치우쳐 오바하나? 싶어서 관뒀었다.
내 친구들이 한달 한달 지나가며 주치의를 했고 오늘 그분의 주치의에게 문자를 받았다.
" 미숙님 TPL했어^^ "
6월 말쯤이던가. donor 가 떴다는 연락을 받았고 한달음에 달려오신 윤호일 선생님께서
너무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셨다. 두근 거리는 마음에 와파린 hold, NPO 지시하고 " 왜 밥 안죠" 투덜대는 환자 등을 토닥이며 '사실 좋은일 있는데..흐흐흐' 하는 표정으로 이따 말씀드리겠다고 했었다. 어찌될지 모르니까.
남편분께만 말씀드렸더니 초초하신지 담배를 태우시더라.
그렇게 몇시간이 지난 후 donor 상태가 좋지않아 TPL 하지 못한다고 흉부외과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그때 환호하던 간호사들.
이 이야기를 질질 울면서 감염내과 페어웰때 김홍빈 선생님께 했던 기억이 난다.
선하언니는. 교수님께서 TPL 하는 그 날부터 이소령한테 그얘기 해주라고 쪼으셨다고 했다.
"환자 엊그제 폐이식 받았습니다. 기쁘겠지요"
헉. "예전 생각이 나서 백선생에게 소식 전하라 했습니다" 헉.
교수님?????? 헐. 헐헐;;;; 헉.;;; 설마 이 일을 기억하시고는. 나에게? ;;; 문자를 ???;;;헐.
아는 것도 없는 1년차 주치의가
마음만 앞서서는 섭섭해 하는 걸 보시고는
마음이 쓰이셨나보다. 난 진심으로 오늘 디게 완전 감동했다.
원래 홍빈킥 선생님 너무 좋아하지만.. ㅠ.ㅠ 흘. 완전 감동이다.
걱정이다. extubation하고 올라올 수 있을까... CRRT까지 한다는데... 한번만이라도
산소 없이 혼자 걸어다닐 수 있으면 좋을텐데...
우스운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분당에 한번 가보고싶다.
보고싶다.

금요일 응급실 당직과 그로 인한 여파는 정말 끔찍했다.
우울한 마음만큼 우울한 날씨, 피곤한 몸.
침대에 널부러져서는 아..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어쨌든 출발했다. 까르멘.
오페라는 고상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억지로 들어보는 문화가 아니라
놀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정말 처음으로. 워낙 곡자체가 익숙하고 이제는 자막을 흘기지 않아도 될만큼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지만.
세시간 반이 넘는 공연을 보면서 진심으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겁고 감동받았다.
까르멘은 정말 이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듯, 아군다 쿨라에바는 미모와 몸매와 목소리로 무대를, 무대에 있는 같은 성악가들을 사로잡았다. 중간 중간 삽입된 발레와, 멋진 무대, 2막 마지막과 3막의 카드점 치는 장면에서의 조역들의 활약.
스테파뉵의 연출은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시대는 프랑코 시대로 연출했다하지만 DVD등에서 보아왔던 classic한 카르멘의 해석을 보여줬다.
또하나의 잊을 수 없는 공연이 되었다.
thanks.

급 보고싶어서 보게 된 영화. 무슨 내용인지 다큐인지 뭔지도 모르고
일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택시타고 중앙시네마로 갔다.
난 수영을 좋아하긴하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해본적은 거의 없고, 다이브를 본격적으로 해본적도 없고 해서 사실 바다 밑 세상이나 물고기들이 얼마나 살고 죽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또 나이가 들면서는 환경이나 지구나 다른나라나 그런 문제보다는 내앞에 급급한 일들로 눈앞이 가려 길가다가 누가 '찌라시'한장만 쥐어줘도 무관심하게 버려버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 문제에 대해 'act'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멋있고 대단하다는 데에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다. 하지만 요 다큐가 주는 느낌은 조금 달랐다.
타이지에서 행해지는 돌고래 "죽이기"
진정한 의미의 "피바다"
사람들에게 돌고래를 알리고, 결국은 그 수요를 만들어 낸 한 젊은 남자가
수없이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남은 평생을 돌고래를 풀어주는데 시간을 보내겠다는 그 늙은 남자가 배에 모니터를 떡 붙이고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장면은.
첫번째. 생각을 하고
두번째,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결정을 하고
세번째, 사람을 모으고
네번째, 행동하는 .
그 모습이 여느 영화 못지않게 긴박감있게 펼쳐지고 또 그들의 멋진 의지와 마음이 허구가 아닌 사실이기에 너무나 감동적인. 다큐이자 영화다. 영화 한편 보고 감동받았다고 내 삶이 달라지진 않겠지. 나는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돌아가시는 암환자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바다속의 고래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마음을 주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다.
넓고 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정남이는 신종플루에 걸렸다. 그덕에 나는 하루종일 111병동 주치의를 했다.
8월처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병동에 앉아있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전날 밤엔 8월에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한 환자가 expire했다. 맞다. 그런 곳이었지. 했다.
낮동안 BM 한개 하고 회진 세번 돌고 검사 arrange 에 consult 회진 돌고 consult 몇개 쓰고 딩딩딩 하다보니 하루가 다지나갔다. T cell lymphoma 첨 진단 받은 아이의 insight 없고 irritable 한 엄마는 정말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리고 멀리서 멀리서 오신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엄마.
며칠전에 혼자 <스페인연극>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정말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때문에 보게 된 연극이었다. 대학로에선 수많은 연극이 공연 중인데도 별로 본게 없다. 슬픈 연극이었지만 재밌었다.
엄마가 오신다기에, 역시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가 기억나 이 연극을 예매했다. 예과2학년때인가? 아마추어들이 하는 <굿 닥터>를 본 적이 있다.
정재환이라는 티비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연극은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고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너무 typical한 review인가?
총성없는 전쟁과 늦은 행복의 남자배우가 인상깊었다. 그 목소리, 표정. 평생을 연기를 했다면 그정도는 해야 " 나 배우요 " 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표준처럼 느껴졌다. 노래를 할 때 가슴이 떨릴 정도. 또 그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던 여자 배우는 ...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정말... ㅠ.ㅠ 나에게 엄청난 웃음을 주었다. 정재환이라는 배우는 처음에는 약간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체홉이 되어 있었다.
같이 웃고 같은 곳을 응시하고. 데이트나 작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공연을 보는 것은 혼자 볼때 못지않게 특별한 일이다.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와인한병에 8개월간 주치의 생활을 엄마에게 너무 솔직히 고백한 것이
아침이 되니 약간 부끄러웠던 것 빼고. 모든게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정말 정말 낮에 심심하다.
그렇다고 뭔갈 효과적으로 딱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신환오면 봐야되고 오더넣어야되고 전임의 선생님도 찾아오고 교수님 회진도 가끔 있고
가끔 정말 정말 심심하고, 인터넷 서핑도 지겨워질 때 쯤
상문이 블로그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완전 옛날의 글들이나 그림을 본다.
이전에도 가끔 하던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상문. 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고, 나를 만나기전 어떻게 살았었는지
나는 전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사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같고
자기 생각을 이리저리 끄적거려 놓은 걸 봐도
네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찍은 사진을 봐도
정말 전혀 너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심심한 건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HMO 의사들 완전 존경해
넌 훌륭한 의사가 될거야
subspecialty 정한거야? 이야 멋진데 ^^
주말에 혹시 시간있니? 나랑 익재랑 서울 올라갈 거 같은데.. 상문이랑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을거 같아서..
위에 비밀글 안 눌렀는데 에러나서 다시 쓴다 ㅋ 위에꺼 지워줘 ^^
그 환자 lung 내가 받았어...;;
분당 그 TPL때문에 난리다. 좋아졌으면 좋겠네. 받은 lung을 보니까
참.. 그 상태로 살아왔다는게 더 대단하더라.
그 환자의 TS 주치의 선생님이랑 너랑 나랑 환자를 통해서 모종의 끈 같은걸로 연결된거 아닐까... ^^
헐헐.
네 마음쓰임새가 참 하느님 보시기 좋아서
그 환자 좋아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 그 망할 lung 같으니 -_-
제발 잘 되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