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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3 굿 닥터
  2. 2009/02/15 밑바닥에서

굿 닥터

diary 2009/11/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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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이는 신종플루에 걸렸다. 그덕에 나는 하루종일 111병동 주치의를 했다.
8월처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병동에 앉아있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전날 밤엔 8월에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한 환자가 expire했다. 맞다. 그런 곳이었지. 했다.
낮동안 BM 한개 하고 회진 세번 돌고 검사 arrange 에 consult 회진 돌고 consult 몇개 쓰고 딩딩딩 하다보니 하루가 다지나갔다. T cell lymphoma 첨 진단 받은 아이의 insight 없고 irritable 한 엄마는 정말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리고 멀리서 멀리서 오신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엄마.

며칠전에 혼자 <스페인연극>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정말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때문에 보게 된 연극이었다. 대학로에선 수많은 연극이 공연 중인데도 별로 본게 없다. 슬픈 연극이었지만 재밌었다.

엄마가 오신다기에, 역시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가 기억나 이 연극을 예매했다. 예과2학년때인가? 아마추어들이 하는 <굿 닥터>를 본 적이 있다.

정재환이라는 티비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연극은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고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너무 typical한 review인가?
총성없는 전쟁과 늦은 행복의 남자배우가 인상깊었다. 그 목소리, 표정. 평생을 연기를 했다면 그정도는 해야 " 나 배우요 " 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표준처럼 느껴졌다. 노래를 할 때 가슴이 떨릴 정도. 또 그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던 여자 배우는 ...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정말... ㅠ.ㅠ 나에게 엄청난 웃음을 주었다. 정재환이라는 배우는 처음에는 약간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체홉이 되어 있었다.
같이 웃고 같은 곳을 응시하고. 데이트나 작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공연을 보는 것은 혼자 볼때 못지않게 특별한 일이다.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와인한병에 8개월간 주치의 생활을 엄마에게 너무 솔직히 고백한 것이
아침이 되니 약간 부끄러웠던 것 빼고. 모든게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2009/11/03 17:34 2009/11/03 17:34

밑바닥에서

diary 2009/02/15 21:30


불쌍한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 그게 바로 위로야.                     -사틴-




발렌타인데이에 좀 안어울리긴 하지만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연극하는 걸 보고싶어서 공연 시작하는 날 저녁 공연으로
일찍부터 예매해 두었던 연극이다.
nephro강의가 끝나고 예당으로 가서 김수로/엄기준 이 나오는.. 그리고 다른
여러사람들이 함께 주연인 '밑바닥에서'라는 연극을 보았다.
정신 없는 와중에 '사랑해'라는 말을 내뱉고 무대 위의 모든 사람이
얼음! 이 되는 장면, 김수로 ㅎㅎ 기대이상이었다.

엄청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고 결말 자체도 허무하기 짝이 없지만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위로 병실의 환자들이 겹쳐졌다면 너무 오바한걸까
요샌 좀 그렇다.
그래도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의 조언에 좀 정신을 차린 것도 같다.
어쩌다가 중요한 날, 남자친구에게 외롭고 화나는 저녁을 선물하게 되었지만
난 꽤 기억에 남을 발렌타인을 보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어떤 종류의 기억을 쌓는 건
별로 안 좋은 일인 것 같다.

난 원래 그립고, 애틋한 감정을 즐기는 편이 아니니까.
뭐 그래도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생겨버리는 것이 그런 기억들이지.
2009/02/15 21:30 2009/02/15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