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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0 Broken embraces (broken hugs)
  2. 2009/11/18 별에서 온 아이
  3. 2009/11/15 우연의 음악
  4. 2009/11/15 서울시향 브루크너 9번 (3)
  5. 2009/11/12 그냥 일기 (4)

생일

diary 2009/11/22 16:42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ipod touch랑 nespresso랑, 뜻밖의 선물인 audio랑 또 책이랑...돈이랑 ;;
엄마가 보내준 미역국이랑 며칠간 이어진 생일축하 선물들. ㅎㅎ

올해 참 축하 많이 받는구나.

또 한살 먹었네.
상문이 편지에도 있지만
항상 내 생일은 뭔가 한해의 중요한 일들이 휘리릭 다 지나가고
안정을 찾을 때쯤 찾아온다. (가끔...아니 평생의 대부분에 거대 시험이 뒤에 남아있긴 했다.ㅎ)

한해를 돌아보게되고.
한살 더 먹을 준비를 하게 되고.

요 몇년은 준비는 안되는데 계속
시간만 흐르는 기분이다.
내년 생일엔 이런 생각 들지 않도록
많이 성장하는 1년.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
2009/11/22 16:42 2009/11/22 16:4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

가난과 아픈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권력과 부를 가진 남자의 정부가 되었다가
배우로서 감독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권력과 부를 가진 그 남자의 복수. 죽음. 혼자 남겨진
감독.

무엇하나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이다. 페넬로페가 계단에서 구르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온갖 클래식한 영화의 장면들이 겹쳐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꽤 진부한 스토리에 진부한 장면이 많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산다는 게 그런게 아닌가 싶다. -_-;; 웬 애늙은이 같은 소리냐면. 사랑이나 증오나 복수나 부정같은 일은 어느 세대, 어느 시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영화는 판타지가 아닌 이상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하나의 예술적 도구니까.

평범한 스토리라 할 수는 없으나, 이미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하고 아름다웠던 건 감독이 영상을 만드는데 사용한 색감, '영상','사진' 이라는 장치를 사용한 기억의 재생, 또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정말 유일한 매력을 가진 여배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은 조각난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과
위 사진, 검은 해변에서 두 연인이 함께 있는 장면
레나가 어네스토가 자신의 '메이킹 필름' 을 몰래 보고있을 때 들어와서는
 직접 더빙을 해서 마음을 알리는 장면..

약간 강추인 영화다. ^-^;

2009/11/20 10:24 2009/11/20 10:24

별에서 온 아이

book 2009/11/18 20:5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 <별에서 온 아이>
penguin classics

-"그대의 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마라. 이 세상의 고통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이 세상의 슬픔은 한 사람이 느끼기에는 너무 무겁다."- 어린 왕

-"그런데 왜 다시 춤을 추지 않는다는 거야?" 공주가 웃으면서 물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이 찢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시종이 대답했다.
그러자 공주는 미간을 찌푸렸고, 가냘픈 장미꽃 같은 입술은 경멸로 뒤틀렸다.
"앞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줄 사람들을 모두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해."
공주는 이렇게 외치고 정원으로 뛰어나갔다.- 공주의 생일

-"잘 아실 텐데요. 제게 마음을 주지 않으셨던 것을 벌써 잊으셨습니다? 그럴 리가요. 그러니 이제 괴로워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못 버릴 고통도 없고 못 누릴 기쁨도 없으니까요."- 어부와 그의 영혼

-작품해설
:와일드에게 현실은 강퍅하며, 아름다움은 잔혹하고, 사랑은 냉혹하고 잔인하며, 우정은 착취에 다름 아니고, 지배 계층은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행복한 왕자 정도만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본 이야기이고 다른 동화들은 다 새롭다. 유미주의자라 할 만큼 스토리 자체와 크게 관계없는 디테일한 묘사가 엄청나다. 읽다보면 세상에서 그보다 아름다울 수 없는 숲을 거니는 느낌, 그보다 황량한 사막을 만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 .. 이 든다. 직접 보는 것, 잘 만든 영상을 보는 것 보다 책과 나의 상상력이 동원되어 만들어지는 머리속의 풍경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다.

여행을 많이 하고 싶은 이유는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
어느 순간 상상하는 장면은 내가 이전에 거닐었던 먼 나라의 풍경이 될 수도 있으니.

어린 왕에서는 저런 말이 나오다가도 암튼 마지막에 어린 왕은 하느님에게 불려가 천사가 된다. 저 문구를 읽을 때만해도 '아.. 그래.. 세상 모든 사람의 아픔과 슬픔은 한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게 아니야 맞아 맞아' 하면서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 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었는데 역시 동화라 착하게 살라는 message로 끝나고 있다. ^-^ ;; 착하게 살아야지.

2009/11/18 20:53 2009/11/18 20:53

우연의 음악

book 2009/11/15 23:55
폴오스터의 소설 우연의 음악은
기이하고도 짜증나는 스토리이다.
아니 왜 이런 젠.. 답답한 주인공이
우연의  장난에 놀아나는.

단순하고도 단순한 세팅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마음들과 생각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상대방을 낯선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좋건 싫건 간에 어떤 유대 관계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2009/11/15 23:55 2009/11/15 23:55

또 한주가 지나고. 금요일
부쩍 날씨가 추워졌다.
병동이 병동이니만큼 내 환자 둘은 주말앞두고 '마지막잎새'틱한
vital 을 그리며 불안불안하게 버티고 있었다.

기다려서, 마지막을 지켜보고, 사망선언을 해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곳과는 다른 세상에 나를 빠뜨리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열심히 예당으로 갔다. 브루크너 9번.
올해 초, 그들의 세헤라자데에 반한적이 있고. 또 그들의 브루크너 7번은
참 멋졌다.  한껏 기대하면서 갔었더랬다.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2악장 스케르쪼.
현은 정말 잘했다. 1악장도 그렇고 3악장도 그렇고
지휘에 따라 기민하게, 마치 연주자 자체가 지휘자의 악기인양.
첼로의 파워풀하면서도 절제된 연주가 멋졌다.

하지만 여전히 금관은 아쉬움.
몇번의 삑사리로 연주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겠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멋있었고 정명훈 다운 브루크너랄까
좀 덜 절제되고 좀 더 화려한. 덜 종교적인.

몰입을 방해하는 금관 연주는 너무 아쉬웠다. 음정이랄까, 음색이랄까
굉장히 기본적인 부분에서, 결국은 개인의 실력이 원인이 되는 이런 실수들은
안타깝다. 아 안타까워. 빵터져야할 부분에서 ;;;
 
멋진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고 어느정도 침묵이 지켜진 것도
마치 연주의 일부처럼 아름다웠다.
박수가 없는 그 몇초가 항상 연주회 마지막의 감동을
온전히 지켜주는 시간이 된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연주였다.

주말을 지내면서 나는 중요한 결정하나를 마무리 지었다.
분과. cardiology 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연초부터 끝도없이
hmo와 고민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어차피
제대로 모든 걸 다 알고 선택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웬만하면 내과에 오고싶었던 이유가 된 heart를 보는 곳으로
그냥 가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몇년을 한다고
많이 알게 될지, 그대로일지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트레이닝 받아봐야지.

2009/11/15 12:41 2009/11/15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