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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보고싶어서 보게 된 영화. 무슨 내용인지 다큐인지 뭔지도 모르고
일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택시타고 중앙시네마로 갔다.

난 수영을 좋아하긴하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해본적은 거의 없고, 다이브를 본격적으로 해본적도 없고 해서 사실 바다 밑 세상이나 물고기들이 얼마나 살고 죽는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또 나이가 들면서는 환경이나 지구나 다른나라나 그런 문제보다는 내앞에 급급한 일들로 눈앞이 가려 길가다가 누가 '찌라시'한장만 쥐어줘도 무관심하게 버려버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 문제에 대해 'act'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멋있고 대단하다는 데에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다. 하지만 요 다큐가 주는 느낌은 조금 달랐다.

타이지에서 행해지는 돌고래 "죽이기"
진정한 의미의 "피바다"

사람들에게 돌고래를 알리고, 결국은 그 수요를 만들어 낸 한 젊은 남자가
수없이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남은 평생을 돌고래를 풀어주는데 시간을 보내겠다는 그 늙은 남자가 배에 모니터를 떡 붙이고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장면은.

첫번째. 생각을 하고
두번째,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결정을 하고
세번째, 사람을 모으고
네번째, 행동하는 .

그 모습이 여느 영화 못지않게 긴박감있게 펼쳐지고 또 그들의 멋진 의지와 마음이 허구가 아닌 사실이기에 너무나 감동적인. 다큐이자 영화다. 영화 한편 보고 감동받았다고 내 삶이 달라지진 않겠지. 나는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돌아가시는 암환자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바다속의 고래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마음을 주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다.

넓고 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2009/11/05 13:36 2009/11/05 13:36

굿 닥터

diary 2009/11/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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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이는 신종플루에 걸렸다. 그덕에 나는 하루종일 111병동 주치의를 했다.
8월처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병동에 앉아있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전날 밤엔 8월에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한 환자가 expire했다. 맞다. 그런 곳이었지. 했다.
낮동안 BM 한개 하고 회진 세번 돌고 검사 arrange 에 consult 회진 돌고 consult 몇개 쓰고 딩딩딩 하다보니 하루가 다지나갔다. T cell lymphoma 첨 진단 받은 아이의 insight 없고 irritable 한 엄마는 정말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리고 멀리서 멀리서 오신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엄마.

며칠전에 혼자 <스페인연극>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정말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때문에 보게 된 연극이었다. 대학로에선 수많은 연극이 공연 중인데도 별로 본게 없다. 슬픈 연극이었지만 재밌었다.

엄마가 오신다기에, 역시 길가다가 우연히 본 포스터가 기억나 이 연극을 예매했다. 예과2학년때인가? 아마추어들이 하는 <굿 닥터>를 본 적이 있다.

정재환이라는 티비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연극은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고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너무 typical한 review인가?
총성없는 전쟁과 늦은 행복의 남자배우가 인상깊었다. 그 목소리, 표정. 평생을 연기를 했다면 그정도는 해야 " 나 배우요 " 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표준처럼 느껴졌다. 노래를 할 때 가슴이 떨릴 정도. 또 그와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던 여자 배우는 ...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정말... ㅠ.ㅠ 나에게 엄청난 웃음을 주었다. 정재환이라는 배우는 처음에는 약간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어느새 체홉이 되어 있었다.
같이 웃고 같은 곳을 응시하고. 데이트나 작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공연을 보는 것은 혼자 볼때 못지않게 특별한 일이다.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와인한병에 8개월간 주치의 생활을 엄마에게 너무 솔직히 고백한 것이
아침이 되니 약간 부끄러웠던 것 빼고. 모든게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2009/11/03 17:34 2009/11/03 17:34

정말 정말 낮에 심심하다.
그렇다고 뭔갈 효과적으로 딱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신환오면 봐야되고 오더넣어야되고 전임의 선생님도 찾아오고 교수님 회진도 가끔 있고

가끔 정말 정말 심심하고, 인터넷 서핑도 지겨워질 때 쯤
상문이 블로그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완전 옛날의 글들이나 그림을 본다.
이전에도 가끔 하던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상문. 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좋아하고, 나를 만나기전 어떻게 살았었는지
나는 전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사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같고
자기 생각을 이리저리 끄적거려 놓은 걸 봐도
네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찍은 사진을 봐도
정말 전혀 너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심심한 건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2009/10/28 15:16 2009/10/28 15:16

사실 새벽같이 일어났던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시차 적응이 덜 되었던게 이유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원래 맨날 그렇듯 내 습관일 수도 있겠고.

꼭 새벽 4-5시, 늦어도 6시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여행 마지막날 새벽. 바르셀로네타에서 해뜨는 걸 봐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꽤 오래까지 깜깜했다.

깜깜하고 쌀쌀한 밤거리같은 새벽거리를 나섰다.
운동하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약간 멀긴했지만 그래도
또 한번 걸어보았다.

바다에 도착하니 벌써 주변이 꽤 밝았다. 군데 군데 구름도 좀 끼고.
아.니. 벌써 해가 떠버린건가? -_- ;;
바람부는 바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해변을 걷는 사람들도 있고
새들도 하늘과 모래와 바다를 맴돌고 있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 기억은... 내기억엔 정말 딱 한번밖에 없다.
경주였던가 포항이었던가 1월 1일 새해를 보러 갔었고 날씨가 흐려서
정말 잠깐 봤던 기억이. 해야 365일 뜨는 거고. 오늘은 10월 15일. 새해도 아니고 .
왜 해뜨는 걸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내 휴가의 목적은
외로움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설명해야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고
교수님께 카운터에게 간호사에게 환자에게 이야기 하고 이야기 듣고 전화하고 받는
그 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고..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간다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왜? " 냐고 많이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냥 구불구불한 가우디의 동네에 가보고 싶었다.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기로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시였다.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책을 여행가기 전에 보긴 했지만 이렇게 예쁜 바다가 있는지, 이렇게 예쁜 골목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채로 도착했다. 며칠동안 머무른 이 곳은 머리속으로 상상하던 그런 여러가지 색깔의 도시였다.

모든게 계획대로 이루어진, 목적을 완전 달성한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가 뜨는 순간에 ,,
나는 약간 외롭다고 느꼈다. 그리고 조용한 바다에서 수평선을 따라 천천히, 빠알갛게 또렷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아. 글로 표현할 수 없겠다. 뭉클했다.
그런 해는 처음이었다. 맑고 뜨겁고 눈부시고. 바다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톡 튀어나온 느낌.

꼭 바르셀로나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꼭 바르셀로나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볼 때보다
더.. '바르셀로나' 하면 이 아침의 해가. 제일 먼저. 생각 날 것만 같다.

출근버스를 타고 총총 호텔로 다시 돌아와서
욕조에 마지막으로 몸을 담그고 살짝 울었다.
오모나.. 감수성도 풍부해라.
2009/10/26 20:50 2009/10/26 20:50

5×2

diary 2009/10/26 11:39
어제는 유정이가 돌아왔다!! 기쁘다.
이제는 혼자 병동에 앉아서 뚱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고 . 후훗.

MIFF 기간이고. 보고싶은 영화는 많지만 평일 오전이나 당직 때인 게 많아서
일욜 오후에 5×2를 예매해뒀다. 오랜만에 간 코엑스가 너무 어색했다.
오랜만에 탄 지하철도 어색. 여전히 코엑스엔 사람들이 북적북적

좁은 상영관에 사람이 거의 가득 찼다.

5×2 는 두 사람.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마리온과 질이 이혼하는 장면
권태기가 시작될 무렵
아이를 나을 때
행복한 결혼식 장면
사랑이 시작되던 여행

다섯가지 이야기가 시간과 역순으로 진행되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쓸쓸한 느낌의 happy ending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해지는 바닷가로 함께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결혼식 장면도. Smoke gets in your eyes라는 곡이라는데
장면과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도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부쩍 느끼는건, 영화는 이야기. 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주는 느낌이나 아름다움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는 것.
영화에 대해 잘 모르고 많이 안봐서, 또 유치한 표현력 때문에 ;;;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미술관에 걸어둔 사진이나 그림같은 영화들이 있다.

마리옹의 엄마 아빠가 결혼식때 함께 춤추는 장면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당신은 항상 그렇게 긍정적이지 , 라고 하는 대사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전 여자친구에게 왜 당신은 항상 불평불만이야 라고 하는 대사
그 여자친구와 마리옹을 번갈아 바라보던 눈빛.

사랑은 왜 변할까. 나쁘고 쓸쓸하다.

+> 여자 주인공이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많이 닮았다. 푸훕.
2009/10/26 11:39 2009/10/26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