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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9 11월 분당 ER 트라우마 인턴 (2)
  2. 2008/05/26 ER

내가 이런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덕분에 요즘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블로그, 친구들과의 전화질, 부모님께의 안부전화 등..
모든 것이 황폐화되어버렸다.

분당서울대병원 ER(응급실)
인턴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
요즘은 그나마 인턴이 10명이다. 9명이서 했던 달도 있었는데, 그 때의 친구들이 존경스럽다.
여기서의 생활은 친구 말마따나 정말 '하루살이' 인생이다.
오늘 밤 근무하고 나면 내일은 24시간 off 로구나.
24시간 off 중 16시간을 완전 뻗어서 자고 돌아오면, 다시 낮근무로구나..
내일은 아침 강의는 있나.. 등등. 결코 이틀 이후를 바라보는 일이 없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 ER Trauma(외상) 팀이다.
인턴은 두 명인데 교대로 일한다. 나와 그 친구는 교대 시간에만 잠깐씩 본다.
그말인즉슨, 일 할 때는 나 혼자다. 바쁜 주말에는 help를 받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영락없다.
Trauma 팀에는 부러지고, 찢어지고, 데이거나 타버리고, 찔리고, 깨지고.. 등등의
환자들이 온다. 처음에는 피를 보면 긴장했었는데 이젠 철철 흘리고 와도 괜찮다 ;
오히려 피 철철 흘리고 있을 때 별거 안해주면 upset 하는건 환자와 보호자들이다.
그런데 웬만큼 응급이 아닌 한에야, 순서대로 할 수 밖에 없는게 또 ER이다.
순서 안지키면 또 엄청나게 지*한다.

어찌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어디 부딪혀서 왔는데 x-ray 찍어보니까 골절이 보인다.
그럼 내가 진단한거다. 가끔은 내가 무슨 Dr. House라도 된 느낌이다.
의기양양하게 부러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환자가 묻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수술해야해요?"
그럼 나는 대답한다.
"...... 그..건..... 정형외과 선생님이 보시고 말씀해주실 거에요...."

인턴 하면서 죽은 사람은 부지기수로 꼬매봤지만 살아있는 사람 꼬매기는
이번달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살짝 긴장됐지만 나는 꽤 잘 꼬매는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다 -_-

살 떨릴 때도 많다.
어떤 사람이 조수석에 타고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왔다. 20대 후반 남자였는데...
튕겨나간건지 어떤건지 얼굴이 완전이 갈려버렸는데, 특히 턱 아래쪽은 뼈가 드러났다.
상처 소독하는데 정말 엄청나게 아파했다.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고통이 전해졌다.
신기하게도 안면골 CT에서는 골절은 없었다. 피부만 나간 것이었다.
문제는 환자는 왼쪽 엉덩이쪽도 아파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x-ray 찍었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보였고, 다른 선생님께도 보여드렸는데 괜찮아보인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는데, 몇시간이 지나도 계속 아파하는게 이거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싶었다. 부러지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그래서 아까 찍었던 x-ray를 다시 자세히 봤는데 골절선이 보이는듯 마는듯..
아리까리~ 했다.
그래서 결국 CT 찍었는데. 이게 웬걸. 골반 뼈가 쩍 하고 갈라져있었다.
바로 정형외과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x-ray를 보시고는 이렇게 골절선이 명확한데 왜 이제서야 말하느냐고
하셨다. 젠장... 하마터면 진단을 놓칠 뻔한 case였다. 혈관이 안터졌으니 망정이지
손상이라도 있었으면 위험할 뻔 했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 타다가 오른쪽 어깨부터 땅에 닿으며 떨어졌고 오른쪽 쇄골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만져보니까 쇄골 모양이 좀 이상했다.
얼씨구나 쇄골 골절이네- 싶어서 x-ray 찍었다.
역시나. 부러졌다.
그런데 환자가 숨이 좀 차댄다.
엥? 싶어서 사진을 자세-히 보니까 기흉이 있는 것 같더이다.
그래서 가슴사진 다시 찍었더니 역시나 -_-
쇄골 부러진 것 때문인진 몰라도 기흉이 생겨버렸다.
흉부외과 선생님 모셔다가 흉관 꽂아버렸다.

이곳은 참 dynamic 한 곳이다.
어쩔 땐 팽팽 놀다가도, 필 받으면 미친듯이 몰려든다. 꾸역꾸역...
사람들은 엄청나게 기다리고, 엄청나게 불만을 호소한다.
나는 1분마다 나보고 뭐라고 하는 환자/보호자들에게 시달린다.
그래도 어떻게어떻게 처리되고 나면 좀 후련하기도 하다.
이제 11월 9일이다.
1/3정도 지났다.
젠장...
2008/11/09 01:27 2008/11/09 01:27

ER

sm diary 2008/05/26 23:46
암센터 응급실 근무도 거의 끝나간다.
원래 암센터 응급실이라는데가 환자가 많은편은 아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는 인턴 한 명이 하루에 환자 30-40명씩 본다던데
여기는 평균 하루에 10명 정도, 많아도 20명을 넘지는 않으니.
그래도 와서 직접 채혈도 해야하고 과거력에 신체검진에... 할게 적은건 아니다.
이제 끝나가는 마당에 내가 뭘 배웠나 뒤돌아보면 그다지 배운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모르고 궁금하면 찾아보고 공부해야하는데 별로 그렇게 되질 않더라.
경험과 눈치로 배우는 것에서 대강 만족하면서 더 공부를 하지 않았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좀 뒹굴다 자야하고, 낮에는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변명해본다.
그래도 환자랑 이야기하고 신체검진하고 기본적인 혈액검사 보는건 좀 요령이 생긴듯도 하다.

오던 사람 비슷한 증상으로 여러번 오는것 보면 바쁠땐 짜증이 불쑥 나기도 한다.
그래도 뒤돌아 생각해보면 얼마나 불편하길래 그러나 싶기도 하다.
나흘에 한 번씩 복수 뽑으러 오던 유방암 아주머니가 요즘들어 안보인다.
컨디션 나빠보이지 않았는데 괜히 걱정된다. 올 때마다 내가 뽑아줬었는데..
그러고보니 사흘에 한 번씩 오던 담낭암 걸린 아주머니라고 해야하나 아가씨라 해야하나-_- 여간..
점점 상태 안좋아져서 결국 입원했는데 어찌 되셨는지. 불쑥 생각난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눈에 띄게 컨디션 나빠지는 몇몇 분들을 보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암 걸리기 싫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그놈의 암덩어리는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않고 주변으로 파고 들어가질 않나,
괜히 뇌로 전이돼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질 않나...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자식 낳고 손주 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꾸 토해서 식사도 잘 못하고 설사하고 숨차하고 복수 차고 머리 아파하고 피토하는걸 보니
하루하루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또 하루 그냥 그렇게 지나치는 날 보면 한심해보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중환들을 마주하고 vital sign 마구 흔들리는 사람들 manage 하고 설명해주고
고통을 덜어드리려고 노력하는 내과 선생님들을 보며 절로 존경심이 일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해보이고 부러웠다.
그분들도 잠 못자며 환자 보고 공부하며 익힌 지식들로 다시 환자를 보고 다시 공부하고..
일면 부러우면서도 내가 과연 저런 삶을 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자신이 좀 없어진다.

끝없이 밀려오는 환자를 보면서 정말 한숨밖에 안나오던 날들도 있고
정말 환자 없어서 중간중간에 책 읽거나 노가리 까던 날들도 있고..
어쨋거나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한 달이었구나.
그래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고민만 는다.
2008/05/26 23:46 2008/05/26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