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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8/04/16 느낌 (2)

다음 달은.

sm diary 2008/08/26 00:25
나름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던 핵의학과도 끝나간다.
항상 9시 넘어서 끝나지만 당직 없고 주말 노는 것만 보면서 1주일씩 버티며 살았다 정말 ;;;

이제 분당으로 3개월간 떠난다.
험난한 3개월이 예상된다.
초반에 좀 힘든 과들을 돌아줘야 나중에 편한 과 선택해서
전공의 시험 공부도 좀 하고 그럴텐데 완전 반대로 갈 듯 하다.
초반에 어찌 됐든 공부를 많이 해두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그래서 여간! 분당에서의 첫 달은 내과 중환자실이다.
다소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다르게 크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오히려 편하다는 말도..).
뒤돌아보면 인턴 하면서 정말 내과랑 많이 엮여서 살았다.
4월에 서울대병원 내과 101병동 하고
5월에 암센터 응급실 (여긴 거의 내과 응급실이라 봐도 무방하다)
6월에 암센터 위암센터 내과 인턴
이번에도 내과를 하니, 내과만 벌써 4 달째인가?
그렇다고 내가 내과 지식이 많이 생긴것도 아니지만 ;; 여간 그렇다.
내과 돌면서 내과 선생님들 정말 멋있다는 생각 많이 했다.
아마 이번에 또 한 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과에 갈 생각이 거의 없지만
아마 평생 그들을 동경하면서 살 것 같다(더불어, 외과 의사들도).
이번달도 잘 해봐야지.
또다시 당직 시작이구나! ㅠ.ㅠ 잠 좀 재워줬으면......
2008/08/26 00:25 2008/08/26 00:25

느낌

sm diary 2008/04/16 21:36
내과 인턴을 시작한지도 벌써.. 라기 보다는 아직 15일 밖엔 지나지 않았다.
3월에 있었던 안과와는 달리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들이 10여개의
병동을 그득 매우고 있는 내과 인턴을 하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동맥혈가스검사(ABGA)는 손목의 동맥에서 피를 뽑는 것인데 나는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주 아프다고 한다. 새벽 두세시에 ABGA를 하라고 전화가 온다.
자다가 깨면 아주 짜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당직 인턴이 해야하는 일이고, 환자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꼭 해야하니까 호출을 한 병동으로 간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환자는 쌔근쌔근 잘 자고 있다.
여기서부터 갈등이다.
잘 자고 있는 환자를 깨워야하고, 잠이 덜 깬 환자의 손목을 붙들고 엄청 아픈 주사를 쑤셔야한다.
내가 '동맥혈검사...'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바로 환자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인다.
아마 검사는 꼭 필요할 것이다. 검사 안했다가 환자한테 문제 생기면 그게 더 골치아프다.
하지만 환자에게 너무 미안하다. 잘 자고 있는 사람 괜히 들쑤시고 괴롭힌 것 같다.
검사 결과는 분명히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는 집에 있을떄보다
병원에 있을 때 몇 배는 더 피곤하고 힘들것 같다.

내과 인턴을 시작하면서 나 자신에게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혈액배양검사를 할 때는 원칙대로 하자. 한 곳에서 뽑아서 여러 병에 나눠담지 말자.
2. ABGA는 꼭 손목의 동맥에서 하자. 넓적다리동맥은 찌르지 말자.
3. 혈액배양검사를 할 때나, 검사가 필요해서 채혈을 할 때는 동맥을 찌르지 말자.
어렵더라도 정맥을 찾아서 채혈하자.
암 환자들은 정맥 찾기가 힘든 환자들이 많다. 물론 고무줄을 묶기도 전에 찔러도
될 것 같은 사람도 있지만 찾다찾다 안돼서 엄지손가락 위에 있는 가느다란 정맥에서
겨우 채혈한 경우도 있다. 괜히 정맥 찾는답시고 이리저리 계속 살피고 결국 한 번에 못하고
여러 번 찌르는 것보다는 그냥 한 방에 동맥에서 뽑는게 좋으려나? 고민이다.

어젠 당직이라 당직실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 세시가 넘어서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야 CPR 떴다. 92병동."
완전 잠결에 달려나갔는데 흉부압박중이었다. 할머니는 당연히 의식 없으시고..
서너명이 돌아가면서 흉부압박을 하는데 옆에서 남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는
돌아오지 않은 것 같으면 괜히 괴롭히지 말고 그냥 보내주라고 한다.
그런데 아들은 안된다고 한다. 이러면 멈출 수가 없다. 일단 CPR은 계속 한다.
내 차례가 되어서 흉부압박을 하는데 어디서 '뽀득' 소리가 난다. 갈비뼈 하나가 나간
모양이다. CPR을 하다보면 흔히 있는 합병증이고... 지금 그런걸 신경쓸 틈이 없다.
결국 밖에서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그만합시다 라고 하신다. 그 선생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다.
젠장. 나랑 별로 관련 없는 할머니인데도 나도 마음이 영 안좋다.
그렇게 또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몸에 붙여둔 선, 꽂아둔 주사바늘들을 빼서 정리해주고
다시 당직실로 와서 잠을 청했다.
그 병동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가 '매일 검사해드리던 분인데..'라며 주억거리던 것을 생각하면서
또 마음이 안타까워지다가 이내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또 내 병동에서 채혈하고...

오늘은 당직이 아니라서 일찍 집에 왔다.
푹 자야지 오늘은.
2008/04/16 21:36 2008/04/16 21:36